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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

 묵을 수록 좋은 것하면 포도주하고 친구 골동품 정도가 되려나. 그런데 오랜 시간 읽히는 시 또한 오래묵을수록 묵직한 울림을  또는 화살처럼 따끔하게 가슴에 꽂히거나 섬광처럼 머리속에서 환하게 빈짝거리기도 한다.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편 은  시인 장석주가 고른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해외 100편을 담은 시집인데, 100편 중에는 새로운 시보다는 익히 알고  있던 작품들, 10대 사춘기 시절에 애송했거나 혹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낯익은 시들이 훨씬 많았다.  아폴리네르, 프로스트,보들레르,브레히트, 네루다 등등등 당대한 시대를 이끌어온 사조를 대표하는 기라성같은 시인과 작품들. 첫장부터 그 유명한 미라보 다리 였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중학생 때였던가. 이시를 처음 읽었을 때가. 내가 미라보 다리를 알게된 것은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이 시를 통해서였다. 사랑이 흐르고 희망이 흐르는 다리. 낭만의 정서. 그것도 무려 파리의. 이 시를 읽고 나서 머나먼 이국의 미라보 다리 이 예쁜 이름의 다리를 동경하게 됐던 기억은 내겐 추억이 됐다. 그 다음 시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났던 시라는 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는 첫행은 지금도 외우고 있다.이어지는 내 가슴은 뛰노니 ,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해변의 묘지 애너벨 리 .. 너무나도 유명한 시의 퍼레이드가 계속 펼쳐졌다. 낭만과 격정과 허무를 뿜어내는 작품 속 감정이 파도타기 하는 듯 전해져왔다.   실비아 플라스 거상(巨像) , 잉게보르크 바하만 유희는 끝났다 .자살로 일찍이 생을 마감한 이 두 여성시인 작품은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역에서 .두 줄짜리 시에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장미가 좋아서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친구가 좋아서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세상이 좋아서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나!   마야 엔젤로우의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이리 의 싯구처럼 이 시집에서는 아포리즘으로 읽혀지는 구절도 많았다.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애송되는 시의 힘은 바로 이렇게  삶을 꿰뚫는 원칙들이 이 짧은 시 속에 내포돼 있기 때문이리라. 롱펠로의 인생찬가 는 오랫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심장을  펌프질하며 의욕을 샘솟게 하는 에너지를 받는 듯 하다.  행동하라,-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 에서 라는 구절에서는 불끈 주먹쥐게 된다.  이외에도 이 시집에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구절에 필이 꽂혔다. 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시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단 몇줄에 핵심을 꿰뚫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집에서 가장 나를 흔들어놓은 작품은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 였다.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이렇게 시작해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라고 마무리 지어진 이 작품을 읽은 뒤,기러기 아빠라는 단어에서 받은 외로운 기러기 이미지는 싹 지워지고  갈매기 조나단도 떠오르면서,세상을 가로질러  하늘높이 비상하는 기러기를 상상하게 됐다. 시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이미지를 바꾸고 상상하게 만들고.  젊거나 늙거나 /저기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라고 말하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참나무 .깊이 뿌리박은 참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내라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 참나무란 단어가 왜 이리 든든한건지.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를  한번씩 자극했다. 역시 오랜 동안 사랑받고 공감받은 시는 피가 되고 살이되는 찌개백반 급의 에너지가 된다.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한탄하게 하고.  함께 잘 나이들어가자며 지인이 선물로 준 시집이라 그런지, 마음을 열고 읽었다.시가 혈액처럼 온 몸으로 순환되는 느낌을 받았다. 100편의 시는 100명의 멘토였다.    

시는 시인의 영혼의 샘에서 흘러나온 감로수다. 목마른 이들에게는 더욱 간절한 그것이다. 시는 목마름의 정도와 갈망의 시기에 따라 각각의 풍미와 향취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의 수많은 시가 있지만, 그것을 모두 다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눈 밝고 솜씨 좋은 ‘의인’의 수고를 통해서 골라 한 권으로 엮여진다면, 그것은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시로써 일어나 시와 함께 인생을 주유하는 장석주 시인 곁에 있던 시들로 묶였다. 손 때 묻은 애장품처럼 곱게 간직하던 것들을 내 놓은 것이다. 시인의 안목으로 살포시 한 데 모인 시들은 개성의 도드라짐에도 어느 것 하나 껄끄럽지 않게 어깨를 기대는 모양새다. 장석주 시인이 열어 준 또 하나의 창을 통해 동서와 고금을 종횡하는, 때론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영롱한 세계의 시 100편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를 고르며…… 4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16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18
내 가슴은 뛰노니 | 윌리엄 워즈워스 20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아르튀르 랭보 22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24
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 36
뱀 | D.H. 로렌스 40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단 47
이 사랑 | 자끄 프레베르 48
또 다른 호랑이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54
나의 어머니 | 베르톨트 브레히트 58
시상(詩想) ? 여우 | 테드 휴즈 60
봄 | 빈센트 밀레이 62
여행에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64
작은 상자 | 바스코 포파 68
큰 집은 춥다 | 하우게 70
식당 | 프랜시스 잠 72
익나시오 산체스 메히아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74
겨울 물고기 | 요제프 브르도스키 78
튤립 | 실비아 플라스 81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87
4천의 낮과 밤 | 다무라 류이치 88
내가 제일 예뻤을 때 | 이바라키 노리코 91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 | 랭스턴 휴즈 94
나의 방랑 | 아르튀르 랭보 96

사랑이 가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이 떠나가네

이니스프리 호도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100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02
죽음의 푸가 | 파울 첸란 104
순수의 전조(前兆) | 윌리엄 블레이크 108
새로운 사랑의 품에서 | 잘랄 앗 딘 알 루미 111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112
우리들의 행진곡 |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115
유예된 시간 | 잉게보르크 바하만 118
야간 통행금지 | 폴 엘뤼아르 121
J. 앨프래드 프루프록의 연가 | T.S.엘리어트 122
수박을 기리는 노래 | 파블로 네루다 135
나 자신의 노래 1 | 월트 휘트먼 143
바다의 미풍 | 스테판 말라르메 145
지평선 | 막스 자콥 148
반평생 | 프리드리히 횔덜린 149
경이로움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50
가로등의 꿈 | 볼프강 보르헤르트 152
대답 | 베이다오 156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이리 | 마야 엔젤로우 160
숲의 대화 |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161
불과 재 | 프랑시스 퐁주 164
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65
산비둘기 | 장 콕토 168
아름다운 사람 | 헤르만 헤세 170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 하우게 171

당신의 오두막집 위로 그 기막힌 저녁 빛이 흐르기를 빕니다

두이노의 비가(悲歌)·9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74
시(詩) | 파블로 네루다 182
소네트 89 | 셰익스피어 186
태양의 | 필립 라킨 188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 니코스 카잔차키스 190
뱀을 정원으로 옮기며 | 메리 올리버 191
진정한 여행 | 나짐 하크메트 194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196
출발 | 막스 자콥 198
눈사람 | 월리스 스티븐즈 200
시학 | 아치볼드 매클래시 202
내가 가본 적 없는 어떤 곳에 | E.E. 커밍즈 204
늑대들 | 앨런 테이트 206
테이블 | 쥘르 쉬페르비엘 210
눈 | 생종 페레스 214
자유 | 폴 엘뤼아르 216
자유결합 | 앙드레 브르통 224
밤 | 앙리 미쇼 228
난 그게 그리 무섭지 않아 | 레이몽 끄노 230
옛날의 겨울 | 살바토레 콰시모도 233
행복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234
자작나무 | S. 예세닌 236
염소 | 움베르또 사바 238
오수(午睡) | 에우제니오 몬탈레 240
서정시 | 요제프 브로드스키 242

새들은 어디서마지막 눈을 감을까

지하철역에서 | 에즈라 파운드 246
눈 오는 저녁 숲가에서 | 로버트 프로스트 247
그대가 늙었을 때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250
인생 찬가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252
포도주 찬미 | 샤를 보들레르 256
거상(巨像) | 실비아 플라스 258
새 | 프랑시스 퐁쥬 261
일곱 번째 사람 | 아틸라 요제프 262
기러기 | 메리 올리버 266
유희는 끝났다 | 잉게보르크 바하만 268
참나무 | 알프레드 테니슨 272
고요한 생활 | 알렉산더 포프 274
노파에 대한 이야기 | 타데우슈 루제비치 276
나무 밑의 식사 | 카를 크롤로브 284
성냥 | 프랑시스 퐁쥬 287
태양의 도시에서 온 편지 | 베이다오 289
탁자 위의 이 사과 | 기유빅 294
한여름, 토바고 | 데릭 월컷 296
배움을 찬양함 | 베르톨트 브레히트 298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 엘자 앙리께즈에게
| 쟈끄 프레베르 300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 딜런 말라이스 토머스 303
술 노래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305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나무의 노래 | 가르시아 로르카 306
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308
새장에 갇힌 새 | 마야 안젤루 314

시인 소개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