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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역사를 뜻하는 영어‘History’는 라틴어‘Historia’에서 파생됐다.라틴어‘Historia’는 지식의 탐구·탐문이라는 뜻이다.(혹자는History를‘His + story’로 분리해 예수의 이야기라고 설명하곤 하는데 이는 견강부회적인 해석이다.)요컨대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역사가들의 지적 탐구가 쌓여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일반적으로 우리는 지금껏 배워온 역사를 사실 이라고 여긴다.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정설 에 불과하다.정설은 많은 학자가 옳다고 주장하는 가설을 뜻한다.많은 학자가 같은 가설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가설은 결국 가설일 뿐이다.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이상,우리는 가설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다시 말해 역사는 당시 역사가가 취사선택한 기록물(1차 사료)를 기반으로 그것을 후대 역사가가 제 나름의 해석과 판단을 더한 저작으로 구축된다. “역사책을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613쪽)”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바다가 쓸어오는 모래가 쌓여 광활한 모래사장을 만들 듯,역사도 수천 년간 역사가들의 저작이 쌓인 결과물이다.때문에 후대로 갈수록 역사가는 힘이 든다.읽어야 할 저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후대 역사가들은 역사학의 계보를 누군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길 소원한다.아마<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라는 책이 그런 책이 아닐까.역사학의 거장을 뽑다임마누엘 칸트,프리드리히 니체,마르틴 하이데거….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거장이라고 부른다.철학 외에도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이 책은 역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룬27명의 거장을 선정했다.레오폴트 폰 랑케,버드런트 러셀 같은 유명인에서부터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르는 학자들까지.이 책을 통해 이들의 생애,저작,사상 등을 섭렵할 수 있다.왜 굳이 거장을 선정하고,거장에 관한 글을 책으로 묶어야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세상에는 수많은 학자가 있고,제 나름대로 연구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하지만 세계에 큰 충격을 줄 만한 연구를 내놓는 학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그렇다고 다수의 학자를 폄훼할 의도는 없다.)역사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의 맥을 짚기 위해서는 이 책과 같은 작업이 필수적이다.“여기에 제시되는‘거장들’은21세기 초에 역사학의 개념,이론,방법론,작업 유형에서 대표적인 본보기다.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의 각 장의 글을 읽으면서 역사학의 여러 단면을 두루 여행하게 되며,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에 소개되는 모든 저자와 저작은 여전히‘현재적’이다.역사학의 주 경향을 그려내는 모범적 단면도가 군상으로 제시되는 것이다.”(24쪽)거장을 선정하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기준과 기준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사람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라 사람에 따라 거장이라 생각하는 학자도 다를 수밖에 없다.만약 기준이 중구난방이거나 근거가 빈약하다면,선정된 거장의 신뢰성에 치명적이다.책에서 저자는 거장을 선정한 기준으로 현재적 영향력,자극.대작,시대경험 등을 제시하고 있다.먼저‘현재적 영향력’은 특정 주제,연대,지역 등의 좁은 범주를 넘어 보편적으로 탁월성을 인정받았는가를 의미한다.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연구는 인류라는 관점에서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다음은‘자극’이라는 기준이다.거장이라면 역사가가 살았던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 역사가에게까지 중요한 자극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세 번째는‘대작’이다.저자가 말하는 대작이란 역사적 대상과 연구문제가 모범적인 방식으로 제시된 저작을 뜻한다.마지막으로‘시대경험’이라는 기준인데,저자가 설정하는 기준 중에서 가장 특별하다.시대경험은 거장의 역할을 시간적으로 한정하는 것을 뜻한다.분명 역사가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거장의 저작을 불후의 것으로 만들려는 욕망이 있다.저자의 판단에 의하면 이는 역사학의 단면도를 파악하는 데 있어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역사학이라는 맥락에서 위와 같은 선정기준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이제 남은 것은 책 속으로 들어가 직접27명의 거장을 만나는 것뿐이다.거기서 어떤 역사학의 단면도를 만날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역사가를 아는 것이 진정한 역사교육학창시절 친구들은 역사를 정말 싫어했다.(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여타 과목에 비해 외울 것이 많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였다.학창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1592년 임진왜란, 1875년 강화도조약, 1910년 을사늑약’을 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만약 사건과 년도를 외는 역사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지를 치켜들고 싶다.역사가가 설정한 가설의 총체인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때문에 다양한 가설을 접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하지만 한국의 역사교육은 정설이라는 한 가지 가설을 주입하는 식이다.역사교육의 현실이 이 모양이니 역사교과서가‘좌 편향이다,우 편향이다’아웅다웅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좌든 우든 이를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역사교육인데 말이다.역사가에 관해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역사교육이다.하지만 정부 정책을 만드는 공직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재미없는 역사교육은 계속될 것이다.때문에<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와 같은 책은 필요하다.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역사는 영원히 기피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문득 축구 한일전이 열릴 때면 나부끼는 현수막이 떠오른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로 조명한 근대 역사학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는 카(E.H. 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 에서 우리에게 주는 매우 유용한 조언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역사학의 거장들이 그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온 과정을 탐색하며, 근대 역사학으로 고안한 그들 자신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 역사학의 지평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그 대화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적 역사서술의 개척자 -에드워드 기번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레오폴트 랑케
민족적 숭배를 비판한 민족 역사가 - 쥘 미슐레
역사적 연구와 문학적 구성을 결합하다 -테오도르 몸젠
예술을 역사적으로 맥락화한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임박한 사회적 변혁을 역사적으로 유추하다 -카를 마르크스
역사학의 거장이 된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
고대사의 이해를 확장시킨 선구자 -미하엘 로스톱체프
역사서술의 한계를 넘어선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
대중에게 다가간 진보사학파 역사가들 - 찰스 비어드|제임스 로빈슨
학문적-정치적 진실을 보증하는 지식인 -마르크 블로크
20세기의 긴장과 비극이 투영된 중세사가 -에른스트 칸토로비츠
유럽중심주의에 도전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
새로운 종류의 사회사와 경제사 -페르낭 브로델
대중 독자를 확보한 고대사가 -모지즈 핀리
전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역사가 -프랑코 벤투리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의 세계사 서술 -에릭 홉스봄
사회사의 이정표를 세우다 -로렌스 스톤
사건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쓴 중세사가 -조르주 뒤비
아프리카 역사학읙 개척자 -필립 커틴
개념사의 탄생 -라인하르트 코젤렉
영국적 절충주의를 구현한 노동운동사가 -에드워드 톰프슨
금기의 역사를 해부한 탈근대주의자 -미셸 푸코
역사학과 인류학의 만남 -나탈리 데이비스
정치이론을 역사화하다 -존 포콕|퀜틴 스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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