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권력의 담론이며, 권력이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의무의 담론입니다.” 91사상계의 거인에게는 추종자들이 많게 마련이고, 그들에 의해서 끊임없는 말꼬리잡기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2015년에 정식으로 번역 소개된 이 책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에 대한 말꼬리잡기의 흔적이다.앞뒤로 붙어 있는 소소한 말꼬리잡기를 감안해도 이 책은 결국 강의록이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부분부분 누락과 추정이 개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푸코가 대중 앞에서 강의한 녹취록을 풀어 쓴 활자가 중심을 이룬다. 오늘날 우리는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광장에서 무엇이라고 외치고 다녔는지 알지 못한다. 대화록 따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윤색되었는지는 알턱이 없다. 시대가 흘러 인류에게 있어서 푸코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비해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후대에 물려줄 푸코의 강의록이 있다. 이 강의록은 실제의 그곳, 그때의 강의를 100% 재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거의 90%에 가깝게 재현한다. 아, 물론 번역 이슈는 논외로 하고.어쨋든 우리에게 푸코의 강의록이 있다는 사실은 ‘말’의 중요성 때문에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데리다(Jacques Derrida)가 학을 뗄만한 ‘로고스 중심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위대한 사상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글 보다 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은 글에 비하여 덜 정제되지 않던가? 자기검열의 기제가 더 완화되지 않던가? 좀 더 사고의 흐름에 가깝지 않던가? 이 책에서도 그러한 말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푸코는 콜레주드프랑스에 앉아 있는 학생과 청강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을을 마주한채로 신이나서 산에 오르다가 갑자기 골짜기에 빠지기도 하고, 방향을 선회하기도 하고,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이 이 사상가의 사고의 흐름을 보여준다. 단순한 아카데미의 강의를 넘어, 혼탁한 시대에 방향을 제시하는 이 기념비적인 강의 프로그램을 위하여 치밀한 강의록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기는 했지만, 본 서의 프랑스어판 편집자들이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내팽개치고 싶어했을 정도로 푸코는 자기 멋대로 역사, 철학, 전쟁, 정치, 문화를 버무리며 활공했다. 그에 따라 정제된 지적 구조물로서 이 책의 가치는 그의 저서들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인간 푸코’에 다가가고 싶은 우리의 마음에는 선명한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푸코는 이 강의에서 전쟁에 주목한다. 클라우제비츠의 오래된 경구인 “정치란 다른 수단에 의해 계속되는 전쟁이다”를 뒤집고 전쟁과 힘관계로 권력의 작용을 재해석한다. 이 지점에서 정치가 전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그간 역사 속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들에게 은밀하게 작용했던 권력의 움직임을 가장 말단에서부터 되짚어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왕, 귀족, 그리고 ‘제3신분’이 각자의 생존과 타자의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어떻게 역사를 무기화했는지가 드러난다. 민족 간, 그리고 국가 간의 전쟁의 논리로 자신들의 권력이 정당함을 주장했던 세력들은 적이 없는 시대를 두려워하며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바로 민족 내, 국가 경계 내에서 인종 간 전쟁을 선포하는 ‘생명정치’가 그것이다. 강의가 이루어졌던 시대에 가까웠던 파시즘, 그리고 동시대의 베트남 전쟁에서 강하게 자극받은 생명정치에 대한 관심은 푸코의 명저 「성의 역사」로 이어진다. 푸코가 관심을 가지고 규명하려고 애썼던 생명의 규제, 조절, 촉진 메카니즘은 오늘날에도 큰 변화 없이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 곳곳에 묻어 있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전쟁을 일으키던 작자들은 아직도 똑같은 핑계를 대며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매스와 줄자를 들이대며 이간질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이 책을 요약/정리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핑계는 이 책 앞뒤에 붙어 있는 서문, 요지, 정황, 그리고 옮긴이 해제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잭슨 폴락도 피카소가 이미 다 해버려서 자기는 할게 없다고 쌍욕을 날리지 않았던가? 다만 푸코가 대중 앞에서 육성으로 토해낸 생생한 문장들은 널리 나누고 함께 생각하고 싶다.개인적으로 이 책을 ‘여행용 책’으로 선정했던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권의 책만 들고다니면 되니까 여행짐이 단촐해졌다. 통상 여행용 책으로는 소설책을 들곤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면 이미 삼일 안에 읽을꺼리가 바닥나서 난감했을 것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사실상 세계일주도 문제 없다. 그만큼 끈질긴 탐독을 요구하는 책이다.명언 나누기“이론이 총체성의 용어로 재파악됐을 때에는 반드시 억제 효과로 귀착됐습니다.” 23여러분, 누군가 ‘통일하자’고 말하면, 그 속 뜻은 당신을 어떤 형태로든 규제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대한민국의 통일을 염원합니다.“의학의 발전, 행동/행태/담론/욕망 등의 일반적 의료화는 규율과 주권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층들이 마주치는 전선에서 일어납니다.” 58프로이트가 무덤에서 일어나서 봐야할 문장이네요. 이미 늦었지만.“절대 군주는 권력의 군사적 형태와 규율이 시민법을 조직하기 시작한 순간에 탄생한 것입니다.” 192절대 군주는 스스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필요로 해서 옹립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배 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위협적인 존재가 눈 앞에 있으면 그 존재보다 강한 자에게 지배를 갈구합니다.“파편화하는 것, 생명권력이 겨냥하는 생물학적 연속체의 내부에 휴지기를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인종주의의 첫 번째 기능입니다.” 305카테고리를 만들고, 개체들을 분류하고, 꼬리표를 붙이는 작업은 논문을 쓰는데는 전적으로 요긴한 재주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사회에 있어서는 악기능이 더 많습니다. 개체들을 분류하는 습관은 거의 본능인 것처럼 우리 DNA 속에 내재되어 있는데, 실상은 학습된 계몽주의적 산물입니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는 가급적 분절 없는 연속체로 이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정부의 독점을 날마다 조금씩 탈취해야만 합니다.” 394이 말은 전적으로 미셸 푸코가 한 말이며, 본 홈페이지 소유자의 의견과는 다소 상이할 수 있습니다.“인식적 씨실이 매우 촘촘하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이와 반대로 이것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이 다름(다른 생각)이 정치적으로 적실한 것일 수 있기 위한 조건입니다.” 253역사적 태제들과 이것에 결부된 정치적 목적을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치밀하게 공부해야 다르면서도 옳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런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사실 우리가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포스트모던한’ 사상가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가끔 어떤 이들은 그 사상가들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에효, 그 반대만 할 줄 아는 인간”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데리다, 푸코, 바르트 모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공부했고, 각자 나름의 대안이 있었고, 사회참여적이기도 했죠. 원래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까지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그들을 통해 보게 되는 겁니다.
‘푸코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미셸 푸코의 걸작!
올해 강의는 이런 분석 형식의 출현에 바쳐졌다. 즉, 어떻게 전쟁(또 침략, 전투, 정복, 승리, 패자에 대한 승자의 관계, 약탈, 강탈, 봉기 등 그 상이한 측면)은 역사,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관계의 분석틀로 사용됐는가?
지난 1997년 출간된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는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중 처음 공개된 것으로서 ‘푸코 르네상스’의 기폭제가 된 책이다. 이 책에서 푸코가 권력의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제시한 ‘생명권력/생명정치’ 개념은 수많은 후속 연구를 낳으며 동시대 정치철학의 패러다임을 혁신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강의 이후로 40여 년, 또 이 강의의 출판 이후로만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를 읽어야만 하는가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날 더 중요해졌다.
이 책에서 제시된 ‘생명권력/생명정치’ 개념이 워낙 많이 회자된 탓에 사람들은 이 개념이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의 주요 테마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정작 이 책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권력관계의 새로운 분석틀로서의 ‘전쟁’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즉, ‘전쟁’(혹은 전투, 내전, 침략, 반란, 봉기 등)이야말로 우리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향후 전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 이 책의 핵심 테마인 것이다. 최근의 국내외 사건들이 푸코의 주장을 여실히 방증해준다. 프랑스의 풍자지 샤를리 에브도 에 가해진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나치의 망령이 돌아오는 듯한 인종주의의 부활과 유럽 극우 정당들의 대약진, 북한 방문담을 주제로 한 ‘신은미.황선의 토크 콘서트’ 현장에 가해진 고교생의 황산 테러, 그 이전부터 전면화된 ‘일베 현상’까지, 실로 전 세계가 사회 구성원들 간의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지 않은가?
푸코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라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경구를 뒤집어 자신의 ‘전쟁’ 모델을 설명한다. 푸코에 따르면 정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다. 즉, 사회들 사이에서 혹은 한 사회 내에서 늘 앞서 존재하고 존속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다. 정치는 전쟁을 억제하거나 은폐할 수 있을 뿐 제거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전쟁이 가시화된다는 것은 정치의 실패를 의미한다. 푸코가 나치즘으로 상징되는 인종주의의 대두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정치의 실패’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온갖 갈등 역시 이런 정치의 실패(혹은 정치의 종언)의 귀결이 아닐까?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는 푸코가 동시대에 관해 언급하기 시작한 저작으로도 유명하다. 총 55쪽에 달하는 옮긴이 해제 는 푸코가 보여준 이런 사유의 ‘동시대성’을 숙고하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다.
프랑스어판 편집자 서문
1강. 1976년 1월 7일 강의란 무엇인가? | 예속된 앎들 | 투쟁의 역사적 앎, 계보학과 학문적 담론들 | 계보학의 관건인 권력 | 권력에 대한 법적?경제적 개념 파악 | 억압으로서의 권력과 전쟁으로서의 권력 |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아포리즘을 뒤집기
2강. 1976년 1월 14일 전쟁과 권력 | 철학, 그리고 권력의 한계 | 법과 왕권 | 법률, 지배, 예속화 | 권력 분석: 방법의 문제 | 주권 이론 | 규율권력 | 규칙과 규범
3강. 1976년 1월 21일 주권 이론과 지배의 조작자 | 권력관계의 분석틀로서의 전쟁 | 사회의 이항 구조 | 역사적-정치적 담론, 영구적 전쟁의 담론 | 변증법과 그 코드화 | 인종투쟁의 담론과 그 기록
4강. 1976년 1월 28일 역사적 담론과 그 옹호자들 | 인종투쟁의 대항역사 | 로마적 역사와 성서적 역사 | 혁명적 담론 | 인종주의의 탄생과 변형 | 인종의 순수성과 국가인종주의: 나치적 변형과 소비에트적 변형
5강. 1976년 2월 4일 반유대주의에 관한 대답 | 토머스 홉스에게서의 전쟁과 주권 | 잉글랜드의 왕당파, 의회파, 수평파에게서의 정복 담론 | 이항 도식과 정치적 역사주의 | 홉스가 제거하고 싶었던 것
6강. 1976년 2월 11일 기원에 관한 서사 | 트로이 신화 | 프랑스의 계승 | ‘갈리아-프랑스’ | 침략, 역사, 그리고 공법 | 민족적 이원론 | 군주의 앎 | 앙리 드 불랭빌리에의 프랑스의 상태 | 재판소 문서고, 관료조직, 그리고 귀족의 앎 | 역사의 새로운 주제[주체] | 역사와 헌법
7강. 1976년 2월 18일 민족과 민족들 | 로마의 정복 | 로마인들의 영광과 몰락 | 앙리 드 불랭빌리에가 말한 게르만족의 자유에 대해 | 수아송의 항아리 | 봉건제의 기원 | 교회, 권리, 국가의 언어 | 불랭빌리에게서의 전쟁의 3대 일반화: 역사법칙과 자연법칙, 전쟁의 제도들, 힘들의 계산 | 전쟁에 대한 몇 가지 고찰
8강. 1976년 2월 25일 앙리 드 불랭빌리에와 역사적-정치적 연속체의 구성 | 역사주의 | 비극과 공법 | 역사의 중앙 행정 | 계몽주의의 문제틀과 앎의 계보학 | 규율적 앎의 네 가지 작동과 그 효과들 | 철학과 과학 | 앎들의 규율화
9강. 1976년 3월 3일 역사적 앎의 전술적 일반화 | 헌법, 혁명, 그리고 순환적 역사 | 미개인과 야만인 | 야만인의 세 검열: 역사적 담론의 전술들 | 방법의 문제: 부르주아지의 인식 장과 반역사주의 | 프랑스 혁명에서의 역사적 담론의 재활성화 | 봉건제와 고딕 소설
10강. 1976년 3월 10일 프랑스 혁명에서의 민족 관념의 정치적 재정립: 에마뉘엘-조제프 시에예스 | 역사적 담론에 대한 논리적 귀결과 효과 | 새로운 역사의 두 가지 이해가능성의 격자: 지배와 총체화 | 프랑수아 도미니크 드 레노 몽로지에와 오귀스탱 티에리 | 변증법의 탄생
11강. 1976년 3월 17일 주권권력에서 생명에 관한 권력으로 | 살게 만들기와 죽게 내버려두기 | 인간-신체에서 인간-종으로: 생명권력의 탄생 | 생명권력의 적용 장 | 인구 | 죽음, 특히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죽음에 대해 | 규율과 조절의 절합: 노동자 주택단지, 섹슈얼리티, 규범 | 생명권력과 인종주의 | 인종주의의 기능과 적용 영역 | 나치즘 |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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